새로운 도약, 2023 CRC 교단 KC 한인 총회
2019년도 워싱턴 D.C. 모임 이래 4년 만에 제37회 북미주 개혁교회 KC 한인 총회가 열렸다. 2023년 4월 24일부터 27일까지 3박 4일간 진행된 이번 모임을 위해 라스베가스로 모인 65명의 참가자들은 작년 5월 샌디에고에서 열린 CRC 한인 목회자 컨퍼런스를 계기로, 예년과는 사뭇 다른 기대감을 가지고 이 자리에 참석했다.
올해로 한인 총회는 다섯 번째 참석한다는 김문철 목사는 이렇게 전했다.
“작년 샌디에고 컨퍼런스의 연장선에서 기대감을 가지고 왔습니다. 과거 KC 모임은 1세 중심적이고 지역이 편향적이었지만, 샌디에고 모임에서는 그런 것이 무너지고 모든 세대를 아우르는 컨퍼런스여서 좋았습니다. 이번 KC에는 그것이 연결된다는 기대감이 있었습니다.”
백인 교회를 담임하는 서길성 목사(San Jose CRC 담임)는 올해 처음 KC에 참석했다.
“여러 세대 목회자들이 함께 협력하고 새로운 미래를 향해 조심스런 발걸음을 내딛는 KC의 역사적인 순간에 제가 참석한 것 같습니다. KC가 과거는 뒤로하고 미래를 위해 마음이 모아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앞으로의 행보가 더욱 기대됩니다.”
KC는 Korean Council의 약자로 한국어로는 북미주 개혁교회 한인 교회 협의회이다. 1979년도에 김영욱 목사, 윤성원 목사, 김의환 목사에 의해 시작됐다. 후배 목회자들을 격려하기 위해 이 자리에 참석한 김영욱 목사는 초창기 KC를 회상하며 이렇게 전했다.
“1979년 당시 교단에 속한 한인 교회는 7개뿐이었습니다. 일각에서는 한인 교회들을 위한 모임의 필요성에 의문을 갖기도 했지만, 한인 교회들이 서로 친교를 했으면 하는 마음과 함께, 한인 사회에는 잘 알려지지 않은 북미주 개혁교회(Christian Reformed Church in North America)를 알리고, 또 개 교회로서는 하기 어려운 교단과의 커뮤니케이션을 위해 KC를 설립하게 되었습니다.”
지금과 같이 교단 한인 사역부가 있기 전, KC는 한인 교회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역할을 해왔다. 그 한 예로 타교단 신학교를 졸업한 목사는 CRC 가입을 위해 칼빈신학교를 다시 나와야 한다는 과거 목사 영입 위원회의 방침을 완화시키며 한인 목회자들이 더 많이 가입할 수 있도록 앞장섰다.
“제가 한국에서 총신을 졸업하고 1976년에 나성한인교회를 시작했지만, 교단에서는 칼빈신학교를 졸업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강도권만 허락했습니다. 당시 저는 풀러 신학교 석사 과정 중에 있었고 LA에서 목회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미시간 주에 있는 칼빈신학교까지 갈 수가 없었습니다. 그 후 총신, 고신, 장신 졸업자들과 풀러 졸업자들도 교단에서 인정하고 교단 가입을 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요구했고, 3년에 걸쳐 이 요구가 받아들여졌습니다. 한 개인의 힘으로는 되지 않았을 것입니다. 한인 교회들이 KC로 함께 힘을 모아서 이루어 냈습니다.”
현재 교단에 속한 한인 교회는 117개이며, 10개 이상의 교회가 교단 가입을 준비하고 있다. 이같이 한인 교회가 늘어나며 교단에는 한인 사역부가 생겼고, 자연스레 교단과의 소통을 담당하던 KC의 기능은 축소되었다. 또한 한인 교회를 중심으로 사역하던 과거 한인 목사들의 사역은 기관 사역, 타교단 교회 사역, 부교역자 등으로 다양화 되었을 뿐 아니라, 세대 역시 바뀌며 1세 위주에서 1.5세와 2세 사역자들도 많아졌다.
이번 모임의 첫 날인 4월 24일 월요일, 헨더슨 주사랑 교회(남동우 목사 담임)에서 열린 제37회 KC 총회에서는 한인 교회 협의회라는 한국어 명칭이 이 모든 다양성을 모두 담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에 동의하고, 처음으로 차기 회장직에 한인 교회 담임 목사가 아닌 교목으로 사역하는 김문철 목사를 추대했다.
2022년 KC 준비위원회로 섬긴 배헌석 목사(앤아버 소망교회 담임)는 이와 관련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지금까지 한인교회 협의회는 교회 담임 목사님 위주로 모였습니다. 교회 협의회라면 당연히 임원들은 로컬 교회를 섬기는 분이 해야 한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번에 채플린인 김문철 목사님을 회장으로 선출하며, 로컬 교회 뿐 아니라 다양한 사역의 영역들도 교회로 보고 포용했다는 점에서 뜻깊은 자리였습니다.”
또한 배헌석 목사는 리더십에서 KC의 한국어 이름과 영어 이름의 뉘앙스 차이에서 오는 혼선을 줄이고 가급적 서로 이해하고 포용할 수 있는 더 좋은 이름이 있다면 개명할 의사가 있음을 밝혔다.
이번 KC 모임에서 특별한 점이 또 있다면, 교제와 관광에 초점을 둔 예년과 달리, 강의를 통한 배움의 시간과 소그룹 모임을 통한 나눔의 시간일 것이다. 참가자들의 대부분이 이번 모임의 하일라이트를 첫째 날과 둘째 날에 있었던 노진산 목사의 강의로 꼽았다.
김순화 사모(김문배 목사, 그랜드래피즈 한인은혜교회)는 KC 모임에서 사모를 위한 특별한 프로그램은 없었지만 만남의 축복이 있었고, 무엇보다 강의가 유익했다고 전했다.
“강의가 좋았어요. 복음은 선포이지 공연이 아니라는 말씀이 가장 생각납니다. 또 사역은 우리가 먼저 하나님께 받은 사랑이 있기에 기쁘고 감사함에서 나오는 것이라는 말씀을 들었는데, 제가 직장생활을 하다보니 교회에서 사모로서 특별히 하는 일은 없지만, 크리스천으로 잘 살면 그게 사모의 역할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김문철 목사는 KC 모임에 여러 차례 참여했지만, 강의가 있었던 것은 처음이라며 이렇게 전했다.
“노진산 목사님의 교회 개척과 교회를 세우는 것, 그리고 통전적인 목회에 대한 강의를 통해 배울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교회는 목사와 리더십이 하나 되어 단단해지면 교회가 견고하게 설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실행해 나가는 데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강의에서 깊이 다루진 않았지만 노 목사님 본인이 실제 목회하며 훌륭한 리더십 훈련을 통해 교회를 잘 이끌어 가셨다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또 교회 목회를 교회 안에서 우리끼리 신앙생활 잘하는 것에 국한하지 않고, 교회 밖의 도시까지 크게 확대해서 생각하며, 교회 역할은 무엇인가, 교회는 어떠한 모습이어야 하는가, 어떻게 사람이 늘어나야 하는가 하는 교회 본질에 대한 질문으로 건강한 목회에 대해 생각하게 했습니다.”
플로리다 주에서 다민족 사역을 하는 정경원 목사(주은혜 교회 담임) 역시 강의가 가장 인상적이었다고 한다.
“특별히 마음에 와 닿았던 부분은 ‘집중할 것에 집중하라’ 였습니다. 늘 목회는 선택과 집중이라고 생각해 왔는데, 못 하는 것에 집중하면 시간 낭비이기 때문에 본인이 잘 하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는 강사님 말씀에 공감이 되었습니다. 저는 사람 만나는 것을 좋아합니다. 그래서 설교보다 사람 만나 대화하고 복음 전하는 것에 더 많은 에너지를 쓰곤 했는데, 그런 제 목회 스타일에 대한 긍정의 확인을 받았고, 앞으로 그 부분에 더 집중하려고 합니다.”
북가주 해피밸리교회의 김강원 목사는 강의 시간과 더불어 아이스브레이킹과 소그룹 모임이 의미있었다고 말하며 기존 멤버들과 새 멤버들이 마음의 벽을 허무는 공간이 됐다고 말했다.
“기존 멤버들끼는 서로 잘 알지만, 새로운 분들 입장에서는 많이 어색할 거에요. 아이스브레이킹 시간에 가벼운 주제를 가지고 소그룹 활동을 하며, 처음 온 분들도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본인들의 생각을 재미있게 이야기하는 모습을 보며, 새로운 변화가 일어나는 것 같아 참 좋았습니다.”
2022년에 CRC에 가입한 이승리 목사(켄트제일장로교회 EM 담당)는 이렇게 전했다.
“교단에 가입하고 처음 이런 자리에 참석했습니다. 다른 교단에 있을 때와 너무 다르게, CRC 교단은 가족같은 분위기라 놀랐습니다. 다들 친근하게 대해주시고, 늘 교제해 왔던 것 같이 자연스럽게 아는 척 해 주셔서 좋았습니다. 그리고 강의 가운데 복음 체질화라는 대목에서 다시 한번 복음을 더 깊이 생각해 봐야겠다는 도전이 되었고, 교회에서 복음을 설교하고 싶어졌습니다.”
모임 셋째 날은 자이언 캐년 관광과 교제의 시간을 가졌다. 마지막 날은 그동안 아직 대화해 보지 못한 사람들을 찾아가 소그룹으로 나눔의 시간을 가진 후, 김문철 목사와 김만섭 목사의 인도로 성찬식을 거행했다.
성기혁 목사(Living Water CRC 담임)는 영어권 사역을 하고 있기 때문에 그동안 KC에 소속감을 느끼지 못하고 있었지만, 이번 모임에서는 자연스럽게 하나 될 있었다고 한다.
“참가자들의 나이차가 많았지만, 어르신, 젊은이가 함께 웃을 수 있었고 이 시간이 전혀 아깝지 않았습니다. 이 모임을 계기로 젊은 1.5세, 2세 한인 사역자들도 아우를 수 있는 모임이 되도록 다리 역할을 해야겠다는 소명감을 느꼈습니다.”
박희규 목사(뉴 비전 교회 담임)는 이번 모임에서 “세대 교체를 볼 수 있었고, 한인 CRC 뿐 아니라 교단적으로 다민족적인 하나님 나라의 본질에 더 다가가는 것 같아 뿌뜻함이 있었다”고 말하며 다음과 같이 리더십의 헌신에 감사를 표했다.
“아주 건강한 생각으로 한인 교회들과 목회자들을 위해 헌신하는 리더십들의 수고를 보았습니다. 너무 잘 준비해 주신 것을 칭찬하고 격려하고 싶습니다.”
KC 임원은 지역적 다양성을 고려하여 선출되며, 임기는 1년이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인해 2019년 임원들(회장: 문상면 목사, 부회장: 김문철 목사, 총무: 김은범 목사)이 4년간 역임하며 애써왔다.
2023년을 이끌어 갈 임원진은 다음과 같다.
회장: 김문철 목사
부회장: 김은범 목사
총무: 배헌석 목사
서기: 정경원 목사
회계: 박상중 목사
배헌석 목사에 의하면, 내년 모임도 37회 KC 총회의 토대 위에 ‘하나로, 미래로’라는 주제의 연속성을 가지고 38회 KC 모임을 준비하게 된다. 시기는 부활절 1-2주 후가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김문철 목사는 다음과 같은 당부로 모임의 마지막 메시지를 전했다.
“KC는 전환기 가운데 있습니다. 곧 긴장이 있다는 뜻입니다. 이 시기를 잘 통과해 나갈 수 있도록 기도 부탁드립니다.”